[정의]

경상남도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 표충사 호국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8폭의 조선 후기 병풍.

[개설]

임진왜란 후 도쿠가와 이에야스[德川家康]는 일본을 장악하고 쓰시마를 통하여 조선과의 국교 재개를 희망한다는 내용을 조선으로 전달하였다. 또한 1603년 사쓰마[薩摩][현재 가고시마 지역]에서 억류되어 있다가 귀국한 김광(金光)은 일본의 국교 재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일본은 다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를 하였다. 일본의 의도와 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하여 조선 조정에서는 쓰시마에 사람을 파견하기로 하였다.

이에 임진왜란 중에 일본의 가토 기요마사[加籐淸正]와 교섭을 한 경험이 있고, 일본에서 고승으로 이름 높은 사명대사를 일본에 파견하기로 결정되었다. 조선 조정에서 협의 끝에 정한 인물이었으나 국서(國書)를 지참한 공식적인 ‘국가 사절’은 아니었다.

사명대사는 1604년(선조 37) 8월에 쓰시마에 도착하고, 쓰시마에서 약 3~4개월 머물다가, 도쿠가와 이에야스와의 회담을 전제로 1604년 12월 27일 교토[京都]에 도착하였다. 1605년 2월에 되어서야 두 사람은 만나게 되었다. 『밀양 표충사 사명대사 일본상륙행렬도 팔곡병』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만나러 가는 사명대사의 행렬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.

[형태 및 구성]

『밀양 표충사 사명대사 일본상륙행렬도 팔곡병』은 총 8폭이다. 가로 430㎝, 세로 180㎝ 크기로, 4줄로 구성된 행렬이 그려져 있다.

병풍 제1폭 맨 위에는 ‘사명대사 일본상륙 등성 행렬도(泗溟大師日本上陸登城行列圖)’라는 글씨가 적혀 있는데, 등성(登城)은 사명대사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만나기 위해 교토 후시미[伏見] 성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. 즉 병풍은 1605년 후시미 성에 들어가는 사명대사 행렬을 그렸다는 것을 의미한다. 그리고 병풍 제8폭 맨 아래에는 ‘임자추 증 몽원 김완(壬子秋贈夢園金完)’이라는 글씨가 보이는데, 임자년 가을에 몽원이라는 호를 가진 김완이란 사람이 기증한 그림이라는 의미이다. 『밀양 표충사 사명대사 일본상륙행렬도 팔곡병』의 정확한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가 김완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.

[특징]

『밀양 표충사 사명대사 일본상륙행렬도 팔곡병』에는 1604~1605년 시기에는 없었던 관직 명칭이 나타나 있다. 제술관(製述官)과 마상재(馬上才)로 표현된 사람들이 그려져 있는데, 제술관과 마상재 등은 조선과 일본의 국교 재개가 이루어지고 외교가 안정된 후 일본으로 파견되었던 통신사의 일원들이다. 더욱이 행렬 속 조선인과 일본인의 인원과 구성, 자세와 위치 등이 1711년 통신사 행렬을 그린 국사편찬위원회 소장 『정덕원년 신묘년 조선국지신사등성행렬(正德元年 辛卯年 朝鮮國之信使 登城行列)』과 유사한 점이 많다.

[의의와 평가]

『밀양 표충사 사명대사 일본상륙행렬도 팔곡병』은 경상남도 밀양의 대표적인 인물인 사명대사의 호국 사상은 물론, 외교관으로서의 면모를 알 수 있는 병풍으로 1990년 1월 16일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74호로 지정되었다. 그 후 2021년 6월 29일 「문화재보호법시행령」 개정에 따라 지정 번호가 삭제되었다.